어린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유치원에 갈까?
놀 기대감으로 설렐까? 아니면 닫힌 공간에 앉아 무언가를 배워야한다는 압박감부터 들까?
전자를 원한다면 일단 뉴질랜드 유치원은 합격선상에 있다. 아이들은 종일 놀이터와 실내를 드나들며 실컷 놀고 배우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만3세~5세 모든 어린이들에게 주 20시간 유치원비가 공짜라는 것은 더없는 매력이다.
뉴질랜드 유치원 풍경. 교사와 아이들이 둘러앉아 책을 읽고 있다. 보통 4~5명당 1명의 교사가 배치돼 아이들을 꼼꼼하게 돌본다.
뉴질랜드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아이에게 맞는 유치원 찾기였다. 영어교육 때문에 왔으니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출국 전 미리 타우랑가에서도 바다와 가까운 파파모아라는 지역에 집을 구했기 때문에 인근의 유치원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천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유치원도 많았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타우랑가의 경우 유치원이 마을 곳곳에 있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걸어서 다녔다. 차를 이용해도 10분 이내 거리에 여러개의 유치원이 있었다. 유치원 입시 전쟁, 추첨 등은 이곳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다만 학교 근처에 있는 유치원은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형제자매를 둔 경우 학교와 유치원을 같은 시간에 보낼 수 있는데다 유치원 친구들을 학교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현지 유학원 직원과 함께 4곳의 유치원을 둘러봤다.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무작정 멈추기도 했다. 사전 약속 없이 누구든, 언제든 방문해도 유치원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들은 낯선 손님을 반가워하며 다가와 말을 걸기도 했다. 솔직한 첫인상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깔끔하고 세련됨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 반면 아이들은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모래밭에서, 공사장에서, 놀이터에서 놀기 바쁜 아이들. 유치원 실내외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한다.
배트맨, 신데렐라 등 코스튬을 입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기도 하고, 나무에도 올라가 있고, 찰흙 놀이도 하고, 톱질을 하고, 선생님 무릎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도 있었다. 낮 12시가 넘어서야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깔끔하기 보다는 놀기 편한 옷을 입고 유치원을 누볐다. 뭔가 어수선한 듯 하지만 교사, 아이들 대부분이 안정되고 평온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유치원은 다른 곳에 비해 규모는 좀 작고,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곳이었다. 아이는 아담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곳을 선호했다. 대부분의 유치원은 정부보조(ECE)로 주 20시간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아이가 간 곳은 한 주에 24시간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라 아침 9시부터 낮 3시까지 주 4일을 맡기면 무료다. 나는 주 5일을 맡겼기 때문에 주당 40불을 지불했다. 환율을 800원으로 보면 주당 32,000원 정도다. 유치원마다 다소의 비용 차이는 있다. 원비는 보통 1~2주 단위로 납부하게 돼 있어 중간에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는 것도 쉽다.
등원 시간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오전 시간, 또는 오후 시간을 택하거나 부분적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대부분 오후 2시~3시 사이에 아이를 찾고, 늦으면 5시 정도에 찾기도 한다. 단, 지정한 시간보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늦게 데려갈 경우 추가비용이 발생하니 주의하길 바란다. 유치원 셔틀버스는 거의 없다.
대부분 유치원은 놀이시설이 있는 놀이터, 널따란 모래밭, 공구를 이용해 무언가 만들 수 있는 미니 공사장, 내부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의 주요활동 무대는 바깥이다. 타우랑가는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바깥에서 잘 논다. 근처 바닷가와 도서관도 가고, 구급차, 재활용 관계자들이 와서 현장 교육도 시킨다. 때때로 음악이나 그리기, 책 읽기, 다양한 게임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교실에 앉아 수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돌봄과 탁아 정도의 느낌이 강하다. 공동체 생활을 위한 기본 매너와 인성, 협동심과 사교성을 키우는 것이 큰 목표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너무 놀기만 하나 싶지만 노는 와중에 생활 영어는 빛의 속도로 는다. 주구장창 의자에 앉아서 시키는 교육과는 정확히 반대다. 보통 아이 4~5명당 한 명의 교사가 배치돼 꼼꼼하게 아이를 돌보며, 아이의 특성과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해 수시로 얘기해준다. 보통 만5세 생일이 지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만4세 아이들은 따로 불러 교육하기도 한다.
할로윈데이 포트럭 파티. 파티를 좋아하는 뉴질랜드인들. 유치원에서도 다양한 파티가 열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긴다.
뉴질랜드에 지내며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벤트를 즐긴다는 것. 반복되는 일상에 약간의 흥분과 재미로 신선함을 준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새해 마타리키, 할로윈데이, 크리스마스 등엔 부모도 함께 모여 파티를 즐긴다.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와 나눠 먹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가 많은데 거창한 음식이 아닌 빵과 샌드위치, 쿠키 등을 가져와 나눈다. 아이들은 그동안 배운 노래와 춤 등을 선보이는데 우리처럼 칼군무와는 거리가 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종차별? 물론 어느 곳이나 다름에 대한 어색함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어릴 때는 경계 없이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혼자 한국인이었고, 동양인이었지만 전혀 기죽지 않았다. 물론 교사와 친구들 모두 개의치 않고 아들을 대했다. '우리 아이가 영어도 못하고, 좀 다른 아이니 특별하게 대해 줬으면' 하는 생각은 이곳에서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특별대우는 덜하다. 아이의 특성에 맞추려는 노력이 더 강하다. 그만큼 엄마들 눈치도 잘 안 보는 것 같다.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러 와도 엄마들은 잘 안 돌아본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유치원은 오픈돼 있어서 언제든 엄마들이 와서 볼 수 있고, 놀이터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집에서, 바닷가에서, 농장에서, 키즈카페에서 다채로운 생일파티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엄마에게 가장 부담이라면 점심과 간식 준비다. 일정 비용을 받고 샌드위치와 햄버거 등 점심을 제공하는 유치원도 있지만 대부분 엄마가 준비한다. 보통 모닝티(아침 간식), 점심, 애프터눈티(오후 간식)를 먹는데 일부 간식을 제공하는 유치원도 있다.
우리나라식으로 밥에 몇 가지 반찬을 싸가기 보다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김밥, 쿠키, 과일 등을 준비하는 유학가정이 많다. 아이들은 간편하게 빨리 먹고 놀기를 바라고 친구들과 너무 다른 도시락도 싫어할 수 있다. 처음에는 도시락 싸는 것 때문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가 서서히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편식으로 준비하는 엄마들을 많이 봤다.
최근에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유치원도 늘고 있다. 시간당 비용이 좀 더 높긴 하지만 깔끔한 환경을 좋아하는 부모들이 선호한다. 파티문화가 자리 잡은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들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엄마들끼리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아이들은 현지 문화에 한 발 가깝게 다가간다.
아이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뉴질랜드. 파란 하늘, 초록의 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
처음 이곳에 오면 적응하느라 3개월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울고, 6개월은 아이 혼자 울고, 일 년 정도 지나면 아이가 이곳을 떠나기 싫어 운다는 말이 있다. 어릴수록 언어와 다름에 대한 문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해결되는 것 같다.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 아이는 심지어 유치원 견학 당일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더니 다음 날부터 내게 하루 6시간씩의 자유시간을 선사했다.
아이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이 곳... 놀면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곳. 키즈카페는 눈길이 안 갈 정도로 풍부한 자연 놀이터. 초록의 자연, 눈부신 바다에 육아에 지친 엄마도 자연스레 힐링 되는 곳. 처음엔 아이의 교육에만 초점을 맞췄다 어느새 어른 놀 거리로 인해 공사다망해진 엄마... 뉴질랜드의 매력에 빠져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모자의 이야기는 제4화 '방과 후에는 뭐 하고 놀까?' 편에서 계속된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heaps of~ 많은~
‘많은’이라는 의미로 키위들이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에게는 ‘많은’이라는 뜻은 many, much, a lot of, lots of 정도가 익숙한데요. ‘heaps of flowers(많은 꽃)’, ‘heaps of people(많은 사람들)’ 등 구어체에서 종종 등장합니다. “많아.”라고 얘기할 때 “Heaps of!”라고 외치셔도 좋습니다.
2. RSVP (초대에 대한) 참석여부 답변
알파벳 그대로 ‘알에스비피’라고 읽습니다. 프랑스어인데요. 파티가 많은 뉴질랜드에서는 초대장을 보낼 때 참석여부(RSVP)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RSVP: 11th November’라고 적혀있으면 11월 11일까지 참석여부를 알려달라는 뜻입니다. 물론 연락처가 함께 쓰여 있겠죠? 미리 참석여부를 알려줘야 파티준비를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답하는 것이 좋은 에티켓입니다.
오세진 방송작가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0629